AI 시대의 생존 게임 주권인가 종속인가

AI는 도구가 아닌 국가 인프라

 

AI는 더 이상 새로운 기술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미 검색, 번역, 추천, 자동화된 의사결정 등 일상과 업무 전반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제는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보다, 어떤 구조 위에서 사용하고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느껴집니다.

AI 주권의 핵심 질문은 “우리가 AI 모델을 가지고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AI 시스템의 작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데이터의 흐름, 알고리즘의 편향 그리고 사회적 결과를 우리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관리하고 책임질 수 있는가?”이다. 국산 모델 개발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여러 수단 중 하나일 뿐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진정한 주권은 AI 스택 전반에 걸친 통제 능력을 확보하는 데서 시작된다.98쪽

XL AI 시대의 생존 게임 주권인가 종속인가
AI 시대의 생존 게임 주권인가 종속인가 대한민국 AI 3대 강국 선언, 소버린 AI로 기술 주권의 미래를 그리다
변형균 저 | 한빛미디어 | 2025년 12월 18일

 

『AI 시대의 생존게임 주권인가 종속인가』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개인이나 기업의 차원이 아니라 국가의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다루는 책입니다. AI를 빠르게 도입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AI가 어떤 통제 구조와 의사결정 체계 안에 놓여 있는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결국 우리의 소중한 벤처 자본과 정부 R&D 자금이 국내 혁신 생테계를 키우는 대신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성장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고 기술 격차를 더 벌리는 재투자의 재원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국가 혁신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어 우리의 경쟁자를 키워주는 결과를 낳는 자멸적인 자금의 흐름이다. 2025년 약 99억 5천 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한국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 퍼블릭 클라우드가 전체 시장의 66.5%를 차지하며 이 부분에서 해외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26쪽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핵심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AI는 도구가 아니라 국가 인프라의 일부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전력, 통신, 금융, 의료, 행정 등 국가 시스템 곳곳에 AI가 관여하는 상황에서, AI 기술과 인프라를 외부에 의존한다는 것은 핵심 기능의 상당 부분을 외부에 맡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저자는 이 문제를 기술 경쟁의 관점이 아니라 주권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디지털 식민주의 위협과 디지털 역설의 교훈속에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해 있다. 과연 기술의 편리함과 문화적 주체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가능할까? 우리가 모색하고 있는 소버린 AI 전략은 단순히 해외 플랫폼을 배척하거나 국내 기술을 맹목적으로 보호하는 것을 넘어선다. 소버린 AI는 우리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고, 우리 언어와 문화의 고유한 가치를 반영하는 AI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출발점일 뿐이다.55쪽

이러한 접근은 기존의 AI 관련 서적들과는 결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많은 책들이 생산성 향상이나 활용 사례에 집중한다면, 이 책은 “AI 위에서 국가가 어떤 위치에 서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둡니다.

책의 중반부에서는 한국의 AI 환경을 비교적 냉정하게 분석합니다. GPU, 클라우드, 초거대 언어 모델, 데이터센터, 전력망 등 핵심 요소 상당 부분이 해외 기술과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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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서는 비용을 지불하면 최신 기술을 사용할 수 있고, 성능 또한 충분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우려하는 부분은 장기적인 관점입니다. AI가 국가 운영의 필수 요소가 되었을 때, 선택권이 제한된 구조는 결국 의존과 종속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책은 위기감을 자극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왜 지금 이 문제가 중요한지 차분하게 설명해 나갑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소버린 AI(Sovereign AI)’라는 개념입니다. 이는 모든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자는 주장이라기보다는, 통제권과 결정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협력하자는 전략에 가깝습니다. 국민 RAG, AI 에이전트 기반 행정, AI 컴플라이언스 등의 개념은 다소 기술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AI를 활용하면서도 국가가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구조적 장치로 설명됩니다. 이 책이 기술서라기보다 전략서에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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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동안 계속 떠올랐던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AI를 활용하는 것과 AI에 의존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져 왔습니다. 그러나 AI는 이전의 기술들과 달리 판단과 의사결정, 나아가 정책과 제도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기술을 충분한 고민 없이 외부 구조에 맡길 경우, 효율은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주도권은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이 책은 조심스럽게 짚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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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of One’ 패러다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때 왜 대한민국이 이 기회를 선점할 최적의 위치에 있는가? 그 해답은 우리의 독특한 자산들이 시너지를 일으키는 ‘속도-민첩성 독트린’에 있다. 싱가포르가 자본으로, 인도가 규모로 경쟁한다면, 우리는 ‘혁신의 총체적 속도’라는 비대칭 무기로 승부해야 한다.329쪽

과도한 낙관이나 과장 없이, 지금 선택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선택의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차분히 설명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AI 시대의 생존게임, 주권인가 종속인가』는 가볍게 읽히는 책은 아닙니다. 다만 AI를 단순한 트렌드나 업무 도구로 인식해왔다면, 시야를 한 단계 넓혀주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AI 경쟁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과 구조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방향은 결국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AI 시대에 우리가 어떤 위치에 서게 될지 고민하고 있다면, 한 번쯤 차분하게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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