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에 수학이 빠지면 섭하지~

 

손을 움직여 직접 쓰면 기억이 더 잘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뇌의 여러 영역이 동시에 활성화되고,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부호화’ 과정이 강화되기 때문입니다. 첫째 쓰기 과정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 손의 움직임을 통한 운동 감각과 종이에 닿는 촉각을 동시에 사용하게 됩니다. 둘째 키보드로 타이핑 할 때 활성화되지 않는 여러 뇌 영역(특히 감각, 운동 능력, 기억 관련 영역) 사이의 연결성이 크게 증가합니다. 셋째 손으로 글씨를 쓸 때 당연히 시간이 더 오래 걸립니다. 이 과정에서 뇌는 내용을 요약하고, 표현을 바꾸는 등 능동적인 사고활동을 하게 됩니다. 다섯째 손으로 쓰는 행위는 학슴 내용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줍니다. 집중 상태에서 확습된 정보는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더 잘 이동하며, 이는 학습 효과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 입니다. 마지막으로 반복적으로 특정 단어나 문장을 손으로 쓰다 보면, 나중에는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손이 저절로 움직이는 ‘근육 기억(운동 기억)’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쓰는 것은 뇌 활동을 촉진하고 다양한 감각을 통합하여 정보를 더욱 견고하게 기억하도록 하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수학을 쓰다(중등1)
정은주 저 | 쥬쓰 | 2025년 10월 27일

 

사실 수학만큼 쓰는 것이 중요한 학문은 없습니다. 눈으로만 읽어서는 절대로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읽는다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안다고 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손으로 쓰는 순간’ 비로소 내 것이 됩니다.^6쪽

책의 저자는 정은주 입니다. 수학을 단순히 ‘배움’에서 그치지 않고 ‘쓰기’를 통해 좋은 습관을 만들어보고자 이 책을 아니, 1인 출판사까지 만들었다고 합니다. 수학을 전공하고 수학 교재와 해설 영상을 제작하는 일을 해오다 보니 이런 기획이 가능하였을 것 같습니다.

수학 필사는 문학 책과 영어 책과는 달라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본격적인 수학 필사에 앞서 수학 필사책 활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무작정 따라 쓰지말고 먼저 한 페이지를 찬찬히 읽습니다. 그런 다음 빠르게 따라 쓰지 말고 문장을 끊어 읽으면서 천천히 쓰라고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절대 그냥 따라 쓰지 말고 내용을 완벽히 이해한 뒤에 따라 쓰라고 합니다.

중등1 수학 정도야 라고 생각하면서 복습이라던지 새롭게 다시 수학 개념을 정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가지 방법을 더 추가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일 처음에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읽어보면서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을 전체적으로 한번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그렇게 해서 한번 쭉 읽을 후 다시 읽으면서 필사를 하고 있네요.

최근 AI와 머신러닝을 비즈니스에 접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담당하는 IT업에 있다보니, 수학을 다시 공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단어, 단순히 계산기로 답만 확인했던 것을 이제는 개념적으로 이해해서 알기쉽게 설명하는 문서도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교 다닐 때 무작정 배웠던 수학과는 다른 무언가를 찾게 되는 기쁨도 있는 것 같습니다. 수학을 느껴본다는 저자의 그 문장에 공감을 하게 됩니다.

기술적인 이야기를 빼고, 쉬운 단어로 수학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중등1에서 거치지 않고 고급 수준의 수학도 손으로 쓰면서 읽힐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나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와 함께 이책 필사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눈에도 맞는 디자인 인 것 같습니다. 책등없이 노출사철제본으로 필사하기에도 좋고, 필사를 하는 내지도 줄눈과 모눈을 본문에 따라 다르게 배치하였고, 하루에 한 장 따라 쓰는 양도 무리없이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이 책이 진작에 나왔더라면 ‘수포자’라는 단어가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